국내 급식 산업이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한 가운데 급식 식자재 조달 정책도 큰 변화를 겪었다. 공공급식의 사업영역이 확대되면서 민간급식의 발달된 식자재 유통 시스템에도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급식학회(회장 함선옥, 이하 학회)는 지난 11일 연세대 삼성관에서 제2차 정책포럼을 열고 공공급식과 민간급식의 식재 조달유통 시스템을 공유·토론하고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정책포럼에는 산·관·학 급식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포럼은 함선옥 한국급식학회 회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축사, 기조강연, 주제발표, 사례공유 및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함선옥 회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공공급식과 민간급식은 생산, 유통, 마케팅, 서비스 등 다양한 측면에서 변화와 혁신을 꾀하고 있고 이러한 변화 중 가장 핵심에는 급식 식자재 조달·유통의 정책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학회는 급식 식자재 조달·유통 관련한 정책과 사업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각 급식 영역에서 발전할 수 있는 최신 정보를 서로 배우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궁극적으로 오늘의 정책포럼이 우리나라 급식 전체의 발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포럼에 참석한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은 축사를 통해 “1950년대 해외원조와 함께 시작된 우리나라 급식은 지난 70여 년간 빠르게 발전해 학교와 기업, 병원, 복지시설 등으로 대상이 확대됐고 연간 규모도 7조 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며 “이제 급식은 단순한 식사 제공이 아니라 국민들의 영양과 건강, 식문화까지 고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 2010년부터 급식 식재료 전자조달시스템을 운영하면서 공공급식 전반으로 영역을 넓혀 안전한 식재료가 투명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며 “공공급식에 활용할 수 있는 저탄소 식생활 식단과 레시피도 다양하게 개발 중이니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지속 가능한 K-급식 생태계 구축”
다음으로 ‘K-급식 정책과 산업 최신 동향’을 주제로 한 함선옥 회장의 기조강연이 이어졌다.
함선옥 회장은 올해 공공급식의 전체적인 국정 방향은 공공복지 체계 구축과 선진국형 급식으로의 개선, 나아가 지속 가능한 K-급식 생태계 구축이라고 강조했다. 함 회장은 “공공복지 체계 구축은 △대상의 확대 △질적 향상 △수혜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고 △건강하고 안전한 급식 △식품 안정성 확보 △차별 없는 통합급식을 통해 선진국형 급식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반적인 2023년 공공급식 정책의 방향은 저탄소 식생활 확산과 공공급식을 통한 지역 상생 추구 등 ESG 가속화, 즉 지속가능한 K-급식 생태계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급식 식자재와 관련한 정책으로는 공공급식 통합플랫폼과 식품영양성분 통합 데이터베이스에 주목했다. 함 회장은 “2022년 기준 공공급식 통합플랫폼의 거래 규모는 3조4000억 원이며 올해까지는 3조8000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공공급식 통합플랫폼은 현재 △디지털 유통 전환 △플랫폼 확대 △거래규모 증가 △식단관리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식단관리 프로그램의 경우 공공급식 식재료 표준 코드르 사용해 유아, 성인, 노인, 군인 등 1223개 집단과 5521개의 레시피를 제공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식품영양성분 통합 데이터베이스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 식약처, 농촌진흥청, 해양수산부, 교육부 등 각 부처에서 생산 및 관리하던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한 것으로 공공시스템과 연계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함 회장은 “식품영양성분 통합 데이터베이스는 매년 최신화된 식품영양성분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향후 디지털 헬스, 푸드테크, 영양표시 정보, 제품 개발, 수요자 맞춤형 정보, 국민 영양관리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효율적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급식 식재료 정책, 기관별·시설별 특성 고려한 접근 필요”
황윤재 농촌경제연구원 식량경제연구본부 본부장
기조강연 이후에는 황윤재 농촌경제연구원 식량경제연구본부 본부장과 박순홍 농림축산식품부 식생활소비정책과 사무관이 ‘공공급식 식재료 조달·유통 시스템 현황과 방향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황윤재 본부장은 ‘공공급식 식재료 공급 체계와 시사점’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공공급식 식재료 공급은 일반적으로 산지와 도매시장을 거쳐 식재료 유통업체나 소매유통업체를 통해 공급하거나 급식지원센터를 경유하는 경로가 대표적이다.
급식지원센터는 학교급식지원센터, 공공급식지원센터, 먹거리(푸드)통합지원센터 등의 형태로 학교 등 공공기관에 공급되는 식재료의 원활한 생산과 수급 및 공급 관리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지자체가 승인한 시설과 운영조직을 의미한다. 운영체계, 운영단위, 운영주체, 시설입지별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지역산·친환경 식재료, 특히 농산물을 주로 취급한다. 급식지원센터는 학교, 어린이집, 유치원을 위주로 식재료를 공급하고 있으나 복지시설, 군대, 공공행정기관 등에 대한 식재료 공급도 확대되는 추세다.
황 본부장은 “공공급식의 식재료 공급체계는 생산부터 가공, 유통·판매, 소비까지 다양한 영역·산업과 이해관계자들이 결부돼 있고 기관별·시설별 급식 제공 목적과 특성도 다양하다”며 “공공급식 식재료 관련 정책 추진에 있어 이러한 기관별·시설별 특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급식의 공공적, 산업경제적 중요성을 고려할 경우 정부, 공공, 산업, 민간 부문 간 연계·협력은 필수”라며 “향후 급속한 인구 구조 및 규모의 변화가 전망됨에 따라 이를 고려한 중장기 공공급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급식 통합플랫폼 효율성 강화 작업 추진”
박순홍 농림축산식품부 식생활소비정책과 사무관
박순홍 농림축산식품부 식생활소비정책과 사무관은 ‘공공급식 통합플랫폼 구축과 운영’에 대해 설명했다. 공공급식 통합플랫폼은 공공급식 수요기관과 공급업체가 온라인상에서 식단 편성, 식재료 거래, 지역농산물 생산·유통관리, 식재료 안전성 등의 업무를 일괄처리할 수 있도록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지난 2022년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함께 구축했다. 투명하고 안전하게 급식 식재료 조달을 중개한다는 취지로 구축한 기존의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와 급식지원센터의 거래 운영을 지원하는 기존의 SIMS 시스템을 차세대 공공급식전자조달시스템(NeaT)과 공공급식지원센터시스템(SeaT)으로 각각 업그레이드했으며 두 시스템을 연계해 하나의 통합플랫폼으로 구축했다.
공공급식전자조달 시스템의 효과는 △조달 프로세스 표준화로 신규 수요기관 확대 △관리기능 강화로 전자조달의 투명성 확보 △사용자의 시스템 활용 편의성 향상 등이 있다. 공공급식지원센터(SeaT)는 △소량 구매를 위한 간편거래 기능 구현 △식자재 활용을 위한 센터 간 거래프로세스 제공 △발주 마감 프로세스 도입으로 안정적 공급체계 구현 등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박순홍 사무관은 “공공급식 통합플랫폼 구축으로 수요기관과 공급업체는 동일한 플랫폼에서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공공급식지원센터는 ICT 기반 급식지원센터를 통한 국산 식재료 판로 확대 지원과 수·발주 관리, 식단관리 등을 강화하고 공공급식전자조달 시스템은 학교 외 공공급식 전자조달 업무의 효율적 처리를 위한 고도화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외식메뉴의 급식화… 기호에 맞춘 다양한 상품 개발 필요”
강연중 CJ프레시웨이 부사장
이어 두 번째 주제 ‘급식 식재료 유통 시스템 발전을 통한 급식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강연중 CJ프레시웨이 부사장과 장성호 아워홈 전무의 발표가 진행됐다.
강연중 부사장은 ‘급식시장 환경변화에 따른 상품 선진화’를 주제로 급식 산업계의 주요 현황과 영역별 급식시장의 환경변화, 급식환경 변화에 따른 급식상품의 변화에 대해 발표했다. 2022년 기준 국내 단체급식 시장 규모는 16조 원이며 2020년 기준 1일 급식이용인원은 약 1700만 명으로 국민 3명 중 1명은 급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부사장은 “국내 급식시장의 발전과 함께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외식메뉴의 급식화 △영양에서 기호로 △소비자 선택권 확대 △급식의 글로벌화 등을 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외식메뉴의 급식화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급식용 대용량(30인분) 밀키트가 다양화하고 있다. 대용량 밀키트의 경우 전처리된 식재료, 완제 소스를 한 번에 주문할 수 있어 대량조리의 편의성이 높아지고 레시피 키트화로 초보 인력으로도 검증된 맛을 구현할 수 있다. 또한 적은 인력으로도 대량 조리가 가능해 인력난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
강연중 부사장은 “CJ프레시웨이는 청년다방, 생어거스틴, 창화당 등 다양한 외식IP를 구내식당에 도입, 유명 맛집의 메뉴를 구내식당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고 구내식당별 ‘셰프데이’를 지정해 특식메뉴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키즈(영유아)시장, 학교시장을 비롯해 군급식, 직장인급식, 시니어급식 시장에서도 ‘기호에 맞춘 메뉴의 다양화’가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 급식시장은 디지털화 및 개인별 맞춤식단 제공이 고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급식 작업공정별 PI(Process Innovation) 솔루션 적용해야”
장성호 아워홈 전무
장성호 전무는 ‘CK 상품을 활용한 급식운영 생산성 향상’을 주제로 아워홈의 급식 PI(Process Innovation) 실행 사례와 성과에 대해 발표했다. 아워홈은 현재 1687개의 작업 PI 식재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완제품이 57.4%, 반제품 15.3%, 소스·양념 11.8%, 전처리식재가 15.5%를 차지하며 HMR과 CK 상품으로 전체 급식 메뉴의 91.7%를 운영하고 있다.
장성호 전무는 “PI 솔루션을 적용할 경우 가공식재 활용 확대, 제공형태의 개선, 지원 프로세스 구축, 인력운영 표준화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아워홈이 원료, 조리, 배식, 정리정돈 등 공공급식 작업공정별 PI 솔루션을 적용한 결과 작업 생산량이 30% 향상됐고 실질적인 인력 효율 효과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장 전무는 이와 함께 아워홈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소개했다. 그는 “아워홈은 국내외 20여 개 HMR, CK 공장을 직접 운영하며 전국 1시간 이내 배송이 가능한 14개의 물류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00여 명의 연구인력으로 구성된 R&D 전문 조직도 갖췄다”며 “39년 노하우를 바탕으로 급식, 외식, 실버, 키즈 군 등 다양한 고객군의 니즈에 최적화된 컨설팅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제발표 이후에는 윤지현 한국급식학회 부회장이 좌장을 맡아 ‘공공급식과 민간급식의 상생을 통한 급식 조달·유통 선진화 방안’을 주제로 사례공유와 토론을 진행했다. 사례 발표는 △학교급식 조달·유통 시스템(김윤두 건국대 농식품경제학과 교수) △도농상생 공공급식 운영 사례(김도윤 서대문구 공공급식센터 센터장) △식자재 유통 시스템 사례 (최현미 삼성웰스토리 FD영업2팀 팀장) △중앙급식관리지원센터 조직과 역할(최경아 중앙급식관리지원센터 팀장) △영유아 급식(정영희 협심어린이집 원장)의 순으로 이어졌다.
한편 한국급식학회는 급식 분야의 산·학·연·관 협력 생태계 구축을 통해 K-급식의 정책과 산업 선진화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 2022년 4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받아 창립됐다. 이번 제2차 정책포럼은 대통령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후원했다.
출처 : 식품외식경제(http://www.foodban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