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조리로봇 등장…급식 농산물 수요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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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삼성관에서 열린 급식테크포럼 2024에서 방문객들이 큐알만 찍으면 정량의 소스와 기름·물 등이 투입되는 만다린로보틱스의 ‘로보틱 소스메이커’를 살펴보고 있다. 

학교급식 조리 현장에 로봇이 도입되는 등 급식시장이 기계화·자동화 체계로 재편될 조짐을 보인다. 급식용 농산물 공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1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삼성관에서 개최된 ‘급식테크포럼 2024’는 업계·학회 관계자 400여명으로 북적였다.

한국푸드테크협의회(회장 이기원)·한국급식학회(〃 함선옥)가 ‘급식테크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공동 개최한 포럼에선 급식테크 기기 전시 부스가 마련돼 시연이 이뤄졌다. 이른바 ‘급식테크’와 관련한 산·관·학 전문가들의 발표·토론도 진행됐다.

주목을 끈 건 조리 로봇을 도입한 서울 성북구 숭곡중학교의 사례였다. 지난해 11월 전국 최초로 도입된 숭곡중의 조리 로봇은 시교육청·한국로보틱스·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대규모 로봇 융합모델 시범사업 지원과제에 선정되며 이뤄졌다. 시교육청은 숭곡중을 시범학교로 선정하고 조리 로봇 4대를 설치했다. 그 결과 현재 숭곡중 조리실은 솥에 식자재를 투입하는 단계부터 볶고 튀기는 조리 과정의 상당 부분을 로봇이 대신한다.

안동욱 한국로보틱스 이사는 ‘단체급식 로봇 자동화’ 주제 발표에서 “조리흄(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연·미세먼지) 노출 등 건강 문제로 조리분야 인력난이 심화하면서 자동화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농산물 공급단계부터 전처리 과정이 확대된다면 대량 조리 전체 프로세스의 효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로보틱 웍(중국요리용 냄비)과 소스메이커 등 조리 로봇을 개발하는 만다린로보틱스의 이건우 이사는 “조리 로봇 사용 효율성을 높이려면 정형화한 규격의 농산물 공급이 필요하다”면서 “지금은 공급받은 농산물을 조리 실무사가 세척·절단한 후 로봇에 넣는데, 산지에서 이 과정을 완료한 후 보내주면 곧바로 조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급식을 포함한 외식업계 주방에선 전처리 농산물을 포장만 뜯어 곧바로 조리기구에 투입하는 추세”라며 “정형화한 채소류 규격은 조리 로봇에 탑재할 새로운 조리법을 연구·개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구 경기 수원원예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팀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건평 5950.4㎡(1800평) 규모의 농산물 전처리 공장에서 탈피·세척·절단 등 급식 단체·기관 요청에 따라 농산물을 맞춤형으로 손질해 공급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급식 현장에서 조리 로봇 도입이 확산하면 전처리 공장 가동률이 더욱 높아질 수 있는 만큼 급식 환경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